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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리악병'을 알아야 글루텐프리를 안다.
작성일 2016.05.23 조회수 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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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에 들어가 쫄깃한 식감을 내는 '글루텐'이 소화장애 주범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글루텐 프리(Gluten-Free)'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건강에 신경 쓰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소화에 좋다더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련 업계가 그에 맞춰 '웰빙' 이미지 마케팅을 펼친 결과 '글루텐 프리=건강식'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매출도 덩달아 늘어 현재 미국의 글루텐 프리 제품시장은 연간 8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국내시장에서도 '글루텐 프리'를 강조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글루텐 프리'가 과연 모두에게 유익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애당초 글루텐 성분이 모두에게 해악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글루텐을 꼭 피해야 하는 사람들은 '셀리악병(celiac disease)' 환자들이다. 글루텐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질환인 셀리악 병은 구역질, 복부팽만, 설사 증상부터 어지러움, 발진, 구강염, 신경계 이상 등을 일으킨다. 전체 인구의 1%가 이 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셀리악병처럼 심한 수준은 아니지만 밀가루 음식을 먹고 탈이 난다면 '글루텐 과민반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세계 인구의 6%가 이런 민감증을 호소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치로만 보면 아주 흔하다고 할 수 없는 증상이다. 동양인들에게서는 확률이 더욱 낮다. 한국에서는 지난해에야 첫 국내 셀리악병 확진 환자가 나왔다.

▲ 헐리웃 여배우 기네스 펠트로(사진)는 대표적인 '글루텐 프리' 예찬론자다 ⓒwikipedia

이에 일각에서는 '글루텐 프리' 바람이 웰빙 소비 트렌드에 편승한 마케팅 효과라고 지적한다. 많은 현대인들이 겪는 '과민성장증후군'을 내세워 글루텐에 대한 거부감을 조성했고 글루텐 프리로 갈아타게 했다는 것이다.

호주 일간지 디애드버타이저(The Advertiser)는 "원래는 자가면역질환(셀리악병)으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이요법이 건강식 옵션의 일종이 되어버린 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얼마 전 국제학술지 '소아과학저널'에 실린 "글루텐 프리 다이어트: 사실과 허구, 유행 바로 알기(The Gluten-Free Diet: Recognizing Fact, Fiction, and Fad)" 보고서를 보면 글루텐 프리를 왜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현저히 낮음이 확인된다.

▲ 글루텐 프리 검색량(짙은 회색 그래프)이 급증할 동안 글루텐 프리가 필요한 진짜 이유 '셀리악병'의 검색량은 거의 그대로였다. (Norelle R. Reilly / Journal of Pediatrics)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5~2013년 동안 구글 검색엔진에서 '글루텐 프리'를 찾아본 검색량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글루텐 프리가 필요한 진짜 이유인 '셀리악병'에 대한 검색량은 같은 기간 '바닥 수준'에 그쳤다.

연구를 이끈 노렐 레일리는 미국 일간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글루텐 프리 식이요법이 인기를 얻는 동안 셀리악병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불균형적으로 낮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조사"라고 말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글루텐 프리 식품을 사는 미국인 4명 중 1명은 구매 이유가 "더 건강식이기 때문"이었고 3명 중 1명은 "별다른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민감증 때문에 글루텐 프리 제품을 선택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10%가 채 되지 않았다.

 

지난해 닐슨이 60개국 성인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21%는 "글루텐 프리가 식료품을 구매할 때 '아주 중요한' 기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21~34세 밀레니얼 소비자들은 31%가 "글루텐 프리 제품을 위해 훨씬 비싼 값을 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글루텐을 꺼리는 소비성향은 가구소득이나 학력 등 사회경제적 요소를 초월해 나타났다. 대부분이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글루텐 프리 식이요법은 도리어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글루텐 성분 없이 식료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지방이나 설탕이 추가되기도 하고 필수 영양성분이 빠지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강식' 프리미엄이 붙어 일반 식료품보다 가격도 비싸다.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글루텐 프리 식이요법으로 바꾼 사람들 중에서 대사증후군 발병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곡물 가공품에 들어 있어야 하는 엽산, 비타민B1, 철분의 결핍증세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일찍부터 '글루텐 프리' 위주의 식단을 접하게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비만, 인슐린저항 증후군, 각종 영양소 결핍에 일찍부터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지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는 셀리악병 진단을 받지 않았는데도 무작정 '글루텐 프리' 제품을 고집하고 이를 자녀들에게까지 강요하는 것은 '근거 없는 엄격함', '지식을 넘어선 확신'이라며 오히려 불균형한 식습관을 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밀가루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글루텐 과민반응'의 주범이 글루텐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호주 모내쉬대학교 연구팀은 밀가루를 먹었을 때 이상반응이 당 성분 집합인 '포드맵(FODMAP, 올리고당ㆍ유당ㆍ담당류ㆍ폴리알코올의 영문머리글자)' 때문이라는 주장을 내놨다고 최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연구팀은 '글루텐 과민반응'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글루텐 프리' 식단과 '로우(low) 포드맵' 식단을 각각 제공해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비교했다. 그러자 글루텐보다 포드맵 비중을 줄였을 때 훨씬 효과가 좋았다. 글루텐이 원인이 아님에도 글루텐 프리 위주의 식사를 할 때 증상이 완화되는 것은 글루텐 프리 가공과정에서 포드맵이 들어간 쌀과 옥수수분말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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