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양식에 대해서는 여러 속설이 있다. 경남 하동 지방의 한 노파가 섬진강 하구에서 김 붙은 나무토막을 보고 나무로 된 섶을 세워 김 양식을 시도했다는 설부터 인조 때 김씨 성을 가진 어부가 해변에 떠내려온 나뭇가지에 김이 붙은 것을 보고 양식을 시작했다는 설도 있다.
후자의 설이 더 널리 알려졌고, 그래서 식품명도 ‘김(金)’이라고 까지 전해진다. 확실한 것은 조선 중기에 김 양식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구한말에는 광양만 등 남해안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김을 양식했다고 전해진다. 당시 농민들에게는 농한기를 이용한 김 양식이
부업으로 꽤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는 사업이었다고 한다. 그 때부터 일본인들이 한국 김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김이 주로 나는 곳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깊은 바다다. 일본도 예부터 김을 생산해왔지만, 한국 김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한국 김은 꼬들꼬들하면서 부드럽게 풀어지는 질감과 깊은 향, 고소한 맛 등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 고객들을 겨냥한 상품 개발도 다양하게 하고 있다. 와사비맛 김,
김치맛 김, 불고기맛 김 등 다양한 맛을 첨가한 조미김부터 김 자반, 김부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한 번쯤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일까. 최근 김 수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대 수출국인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동남아시아나 미국 등으로도 수출처를 넓히고 있다.
aT와 리얼푸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김 수출량은 1246만43㎏, 수출액은 3억545만1152달러에 달한다. 2014년 김 수출량이 1122만9857㎏, 수출액이 2억246만5537달러 였던 것을 감안하면 수출량과 수출액이 약 11%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미국 등 서구에서는 김을 먹는 한국이나 일본의 식습관을 두고 ‘검은 종이’를 먹는다며 질색했다. 1980~1990년대 재미 교포들이 한국식으로
도시락에 김밥이나 조미김을 쌌다가 ‘검은 종이’를 먹는 아이라며 놀림을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이 건강에 좋은 ‘
웰빙푸드’로 알려지면서 외국에서도
저칼로리 영양간식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외국에서는 반찬의 개념이 없어 김을 스낵으로 많이 먹는다. 마른김을 잘게 잘라 약간의 양념을 한 ‘시즌드 레이버(seasoned laver)’가 외국 시장의 주력 제품이었다. 때문에 외국으로 수출되는 김은 우리가 흔히 봐온 것보다 크기가 작게 잘라져 있고, 간도 매우 약하다. 그냥 참기름, 소금만 친 것이 아니라 양파맛,
올리브맛, 매운맛 등 다양한 양념을 치기도 한다.
김의 인기는 ‘채식 중의 채식’이라는 점 덕분이다. 외국인들이 걱정하는 고칼로리와 높은
콜레스테롤 등 육식으로 인한 부담을 모두 덜어낸 식품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외국으로 수출되는 김 제품에는 글루텐프리(
밀가루음식 등에서 볼 수 있는
글루텐이 없는 식품)의
건강식품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채식주의자 중 가장 제한적으로 음식을 먹는다는 비건(veganㆍ계란이나 유제품 조차 섭취하지 않는 완전 채식)들까지 먹을 수 있는 식품이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나 패리스 힐튼 등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들이 과자 대신 김을 먹는 사진이 파파라치에 찍히기도 했다.
과자처럼 김을 찾는 외국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아예 김을 스낵 형태로 개발하기도 했다. 스낵김, 혹은 김 스낵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제품들은 견과류나 치즈 등을 작게 자른 김으로 감싸 먹기 좋게 구워낸 것이다. 크기는 손가락보다 조금 큰 정도여서 과자처럼 한 장씩 집어먹기에 좋다. 아이들은 간식으로, 어른들은
술안주로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중소기업들이 하나 둘 시작한 김 스낵은 지난해부터 동원F&B나 CJ 등 식품 대기업들까지 뛰어들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가 없을 리가 없다. 일본은 김 생산이 몇 년 새 줄었지만, 중국은 얘기가 다르다. 중국은 한국에 이어 글로벌 시장에서 김 수출국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직까지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김이 내수시장에 많이 풀리고 있지만, 이 수량이 수출을 겨냥할 때 한국의 위치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중국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산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의 김 양식은 최근 ‘불법 염산과의 전쟁’까지 치르고 있다. 어민들 사이에서는 김 양식 과정에서 잡태 등을 제거하기 위해 염산을 사용하는 관행이 있었다. 정부는 어민들이 유해
화학물질인 염산을 취급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염산 농도의 10% 미만인 김 활성처리제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어민들은 염산 1통이면 끝날 작업을 김 활성처리제를 쓰려면 10통을 써야 한다는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염산 사용을 고집하는 입장이다. 최근에는 염산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김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시장 전체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